[재테크]"쉬는 게 버는 길…굳이 사려면 거래소 우량주를"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장이 호전될 때까지 쉬어가라. 굳이 투자를 계속하겠다면 우량가치주로 바꿔타라.’

연일 폭락중인 최근 증시상황에서 증권 투자전략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개인투자자의 생존방법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증시 분위기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최근 증시는 기업실적 호전, 엔화 강세, 유가 안정세 등의 대내외 호재가 수급여건 악화와 미국 나스닥시장의 본격조정 진입이라는 두가지 악재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수급여건 호전에는 투신권 신뢰회복이 필요하고 이는 제2금융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첨단기술주의 새로운 가치평가기준 마련은 시장의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나스닥 조정도 장기화할 조짐. 따라서 투자자들은 적어도 3∼6개월 앞은 내다보면서 자신의 투자패턴을 점검하고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스크 관리가 최선〓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지금은 시장 위험이 너무 높아져 누구든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빠질 때 리스크(위험) 관리를 하라고 하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주식을 갈아타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10%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과장은 “리스크 관리라는 것은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해를 가급적 줄이는 기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 많은 증권가 투자전략가들이 추천하는 리스크 관리 요령은 이렇다.

첫째,‘크게 잃지 않았다면 쉬어라.’ 지금같은 장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은 무모한 생각. ‘이 정도 잃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게 낫다.

둘째, 단순한 성장가능성만으로 커온 코스닥 종목을 갖고 있는데 반토막 난 경우. 버리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낙폭이 커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주식은 기술적 반등시 내다 팔 수있다. 성장성에다 실적까지 겸비한 다른 코스닥 종목을 잘 알고 있다면 그 종목으로 갈아타는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 코스닥종목은 자본금이 작고 유통물량이 적어 가격변동 탄력이 좋기 때문에 분위기가 바뀌면 가격급등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

셋째, 반토막 났으나 실적이 좋은 코스닥종목일 경우. 이미 손절매 기회는 놓쳤다. 매도를 유보하고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장기보유해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게 좋다.

넷째, 거래소 종목이 반토막 났는데 성장성없는 굴뚝주가 아니라면 십중팔구 금융주. 손을 터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 총선 이후 시작될 2차 금융구조조정의 방향을 종잡기 힘들기 때문.

▽장기투자자는 우량가치주로 승부하라〓국내외 증권사들은 최근 거래소의 우량가치주들을 앞다퉈 추천하고 있다.

(표 참조)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한 번 사면 적어도 3개월 이상 보유하는 장기투자자에게는 거래소 우량주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통신 데이콤 LG정보통신 등 통신주는 바닥을 좀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일찍 조정에 들어갔던 가치주들은 저점매수해도 괜찮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책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2월말∼3월초부터 꾸준히 매수해온 거래소의 저평가 대형주들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는 한 최근 시작한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정보기술(IT) 테마가 이번 조정에서 완전히 꺾이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면 초기의 큰 물은 넘어간 것 같다”면서 “IT주가 향후 시장을 단기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우량가치주가 시장을 선도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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