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그룹 인사파문]갈팡질팡 人事에 株價 '흔들'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주말 정몽구(鄭夢九)회장측의 대반격으로 현대그룹 후계구도가 혼미상태에 빠지자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 복귀를 환영한 ‘이익치 주가’도 크게 빛이 바래게 됐다.

현대그룹 인사파문이 상식선을 벗어난 지경에 이르자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현대그룹 주가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회장 유임이 확정되던 지난 주말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는 그의 업무복귀로 올들어 크게 위축됐던 바이코리아펀드 등 간접투자 바람이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거래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도 한차례 오름세를 탈 ‘대형급 호재’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24일 3개월간 업무정지조치 이후 첫 출근한 이회장은 “바이코리아펀드를 향후 3년 동안 100조원 규모로 키워 한국의 마젤란펀드로 키우겠다”며 간접투자 바람을 통한 증시활황 의지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현대파동에서 그룹 최고 경영진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그룹 계열사 주가가 결정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주가관리에 실패한 현대그룹이 올들어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IR(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현대그룹 두 형제간 영역싸움으로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현대 주가에 투자자 불신이 얹혀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코리아펀드에 가입한 간접투자자들의 실망은 더 크다. 바이코리아 밀레니엄칩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간접투자바람을 일으킨 이회장을 경질한다는 그룹계열사측 발표로 펀드 중도해지를 생각했었다”며 “인사문제가 일단락되는가 했더니 다시 이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권영건 대유투자자문사장은 “몽구회장측 반격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그룹주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해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현대그룹 주식을 매도한 뼈아픈 경험을 현대그룹은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시장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마저 현대그룹에 등을 돌릴 경우 바닥상태의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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