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문 現大…MK-MH측 갈등잠복, 이익치씨는 上海출국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31분


갑자기 모두 입을 다물었다.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의 인사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그룹이 ‘폭풍전야의 고요’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루전만 해도 상대를 ‘쿠데타군’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하던 정몽구(鄭夢九) 회장측과 정몽헌(鄭夢憲)회장측 인사들은 17일 일제히 함구에 들어갔다.

정몽구 회장측 사람들은 이번 인사가 더 이상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 정몽헌 회장측 사람들도 이익치 회장이 17일 오전 9시반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상하이로 출국하기전 “시끄럽게 만들어 명예회장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한뒤 모두 입조심을 하고 있다.

그룹 내부 분위기가 일촉즉발의 험악한 상태에서 최소한 표면상으로나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차피 이번 사태가 두 형제 회장간 담판이나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로만 해결될 사안이므로 양측 모두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

현대그룹에는 이번 사태의 수습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확대시킨 인사 몇 명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핵심간부들이 목을 움츠리는 모습이다. 그룹내부에서는 이미 ‘정몽헌 회장이 들어오더라도 명예회장이 일단 사인을 한 인사를 없던 것으로 하기는 어려우므로 이익치 회장과 노정익(盧政翼)부사장 모두 현대증권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정몽헌 회장이 추천한 제3의 인물이 현대증권 회장으로 오는 선에서 두 형제가 타협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유포돼있다.

이 소문은 이익치 회장이 출국전 측근들에게 ‘월급쟁이가 (오너가) 나가라면 나가야지 별 수 있나’라고 한 말이 알려지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벌써 후임 현대증권 사장에 3, 4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양측 인사들은 모두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며 소문을 강하게 부인했다.

노정익 현대캐피털부사장은 17일 역시 현대캐피털이나 현대증권 어느곳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한편 정주영 명예회장은 17일오전 일찍 울산을 출발, 강릉을 거쳐 서울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정명예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대외적으로 아직까지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모두 정명예회장의 이런 행보를 ‘인사를 그대로 집행하라는 뜻이다’‘인사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데도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이번 인사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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