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 규모 논란 전문가 진단]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여야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나라 빚의 정확한 규모는 어떤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를 정의하고 산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와 민주당은 작년 말 현재 국가채무 규모를 중앙정부 빚 90조10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빚 18조원을 합해 108조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채무의 범위를 정부가 직접 빌려 쓴 채무는 물론 ‘나중에 결과가 잘못되면 실질적으로 떠안아야 할 빚’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해 408조∼428조원에 이른다는 것.정부 여당의 시각은 정부가 직접 상환의무를 지는 부채에 국한하고 야당은 간접채무까지 폭넓게 해석한 결과다.

논란의 핵심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 64조원을 포함해 총 90조2000억원에 이르는 중앙정부 보증채무를 나라 빚으로 보는 게 타당하느냐의 여부.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 돈은 예금보험공사 등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것으로 해당 금융기관이 정상화되면 바로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빚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해석. 반면 야당측은 채권이 정부보증으로 발행됐고 정부가 이자까지 지급하고 있으므로 정부 채무라는 입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기준 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국가채무 규모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직접채무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원리금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직접채무를 국가부채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EU 등 각국 정부도 이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정부채무 범주에 IMF차입금과 정부의 채무보증을 합해 200조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중앙정부 보증채무는 나중에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광의의 국가채무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정부부채가 400조원에 이른다는 야당측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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