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증권사 "時價배당"… "자사 주식 취득 통해 가치 높여"

  • 입력 2000년 3월 10일 19시 21분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업체로는 처음 액면가가 아닌 시가배당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33개 증권사 사장단은 1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시가배당 실시와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시가배당 확대 가능성〓시가배당은 배당기준 금액을 액면가가 아닌 배당기준일의 주식시세로 결정하는 것. 주가가 2만원이고 배당률이 10%일 때 액면배당이라면 500원에 불과하지만 시가배당을 한다면 2000원이나 된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관행상 액면배당을 실시해왔다. 기업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보다는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배당에는 인색해 사실상 주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금융당국은 지난번 증시활성화 대책에서 기업들에 시가배당을 유도,주주중시 경영을 하도록 강력히 권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증권사부터 시가배당에 모범을 보여 다른 상장사들도 따라오도록 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시가배당 15%선 전망〓올 3월결산 때 32개 증권사가 낼 순이익규모는 6조6000억원대. 증권사가 입은 대우채 손실부분 3조2000억원과 기타경비를 제하면 이익배당이 가능한 규모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훈 증권업협회 상무는 “32개 증권사중 이익이 날 회사는 24~26개선”이라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15%가량 시가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주가가 2만원이라면 올해 주총때 3000원을 투자자들이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사주취득도 결의〓사장단은 또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공급물량이 많아 수급불균형이 심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자사주도 취득해 주가를 부양하기로 했다. 이장관은 증권사들이 요구한 증권사와 투신사의 대우채 관련 손실을 이번 회계연도에 전액 손비처리하는 방안과 자사주 취득제도 개선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경부의 증권주 안정조치는 중장기적으로 거래소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주가관리는 물론 상장사들의 배당계획에 일정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시가배당 ▼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남긴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분할 때 특정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배당을 하는 방식. 국내 상장기업은 대부분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는 액면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준 시점의 주가가 2만원(액면가 5000원)이고 현금 배당률이 30%라면 주당 액면배당금은 1500원이지만 시가배당금은 6000원이 된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