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금감위장 "上場기업 오너전횡이 투자자외면 불렀다"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거래소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는 데 대해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위원장은 8일 고려대 경제인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거래소 상장기업들의 체질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거래소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80, 90년대 국내 상장기업들은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거나 효율적인 투자를 하기보다 오너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 데 탕진해 버렸다”며 “주주들은 여러차례 기회를 줬으나 매번 실망만 맛보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의 이 발언은 거래소시장의 단기적 시장진작 대책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최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주가의 상반된 움직임에 대해 ‘주주들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정부가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또 좌승희한국경제연구원장 등 민간경제 전문가들도 “코스닥시장의 급성장은 주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 배경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속속 나타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덕택”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거래소 대기업들은 그동안 오너의 심중만 헤아렸다”면서 “(그나마 배당을 하지 않고) 효율적인 투자라도 했다면 기업 수익성이 높아져 주가가 올랐겠지만 자기자본 수익률이 시장금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코스닥 거품론은 결국 시장에서 판단되고 결정될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당국은 많은 정보가 시장에 공급되도록 유도하고 벤처기업들의 생성, 발전, 퇴출이 시장기능에 따라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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