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희성/흑자 볼보車도 팔렸는데…

  • 입력 1999년 7월 11일 20시 11분


스웨덴 볼보그룹은 핵심계열사인 볼보자동차를 올 1월 미국 포드사에 매각했다. 언뜻 보아서는 이해하기 힘든 매각이었다. 볼보자동차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안전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해마다 흑자를 낸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는 매각을 결정했다. 연간 40만∼50만대 규모의 생산력으로는 21세기 자동차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매각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볼보는 94년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합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의 자존심을 프랑스에 넘길 수 없다”며 연일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합병을 추진했던 페르 질렌함마르 볼보 회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5년 사이에 스웨덴 사람들은 한결 더 성숙해졌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반대시위를 벌이지 않았다.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21세기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간 5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잭 내서포드자동차 사장은 “연간 500만대 이상 생산하는 업체만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환경과 안전기술 개발비용을 부담할수 있다”고예측한 바 있다.

그래서 크라이슬러와 다임러벤츠가 합병했고 르노와 닛산이 제휴했다. 흑자를 내던 볼보나 크라이슬러마저 독자생존을 포기한 것이다.

연간 24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자동차 신호공단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국내외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차 처리에 외국업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도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 97년 쓰러진 기아자동차를 되살리기 위해 발버둥친 결과는 환란(換亂)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보아야 할 때다.

이희성<국제부> 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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