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세원/OECD의 칭찬과 충고

  • 입력 1999년 5월 27일 19시 25분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했다. 한본부장은 OECD회원국 각료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실감했다.

각료이사회가 열린 26일과 27일 그는 몹시 바빴다. 서울을 출발하기 전부터 만자나는 요청이 들어와 26일 하루에만 미국 유럽연합(EU) 스웨덴 뉴질랜드 핀란드 각료들과 7차례 양자 회담을 가졌다. 27일에는 다자통상체제와 뉴라운드를 주제로 열린 조찬모임에 주제발언자로 초청됐다.

무엇보다도 각료이사회 공동성명의 논조가 두드러지게 달라졌다. 작년에는 한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금융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충고’가 주조(主調)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과 구조개혁 노력으로 예상보다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칭찬’으로 바뀌었다.

경제위기의 와중에 열린 지난해 이사회 때는 회원국중 유일하게 부도가 난 나라로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빌려 입은 밍크코트로 부자행세를 하는 빈털터리 나라를 부자전용 클럽에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OECD내부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1년만에 변했다. 이번에는 OECD의 국정관리 개선책을 받아들여 위기탈출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인식됐다.

그러면서도 많은 회원국 인사들은 한국이 최근의 경제회복에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한국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회복의 성과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그리고 일부 계층이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며 경제위기 이전의 행태로 되돌아간다면 1년만의 칭찬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김세원〈파리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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