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후유증…해외거래선 이탈 조짐

입력 1999-01-28 08:17수정 2009-09-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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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반도체가 생산하는 D램 반도체 물량의 15%, 연간 3억2천만달러어치를 사가던 일본의 히타치(日立)가 LG와의 제휴를 중단키로 했다.

또 대우전자 LG반도체 등 빅딜업체들의 조업중단에 따른 생산차질로 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온 해외 대형거래선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는 등 빅딜 후유증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히타치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하면 경쟁사에 기술을 제공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LG와의 기술제휴를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히타치는 또 LG로부터의 D램 구매도 중단할 방침이다.

일본기업이 한국 재벌기업과의 제휴를 해소키로 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히타치는 89년 LG와 제휴, 1메가D램을 시작으로 64메가D램까지 양산에 필요한 최첨단 미세가공기술을 제공해 왔다. 히타치는 그 대가로 LG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조달받아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덜어왔으며 64메가D램의 경우 LG제품이 히타치 판매량의 약 10%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LG반도체는 히타치가 아직 그런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니산(日産)자동차와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삼성자동차 등 빅딜기업에 대한 제휴해소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휴렛팩커드(HP)도 이날 “대우전자와 LG반도체로부터 모니터와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받아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 HP 본사가 이번 파업으로 지금까지 1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HP관계자는 “한국에서의 부품조달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HP본사가 구매선을 대만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한번 놓친 물량을 되찾아오려면 신용도 및 경쟁력 제고 등에 최소한 3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HP는 올해 대우전자의 모니터 2억7천5백만달러어치 2백30만대를 미국과 프랑스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규모가 1억달러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LG반도체로부터는 5천만달러어치의 D램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2월부터 물량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새로운 거래선을 물색중이다.

개인용 컴퓨터와 서버용 컴퓨터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컴팩도 올해 3억달러 어치의 대우전자 모니터(1백80만대)와 2억달러어치의 LG반도체 D램을 구매키로 했다. 그러나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대만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일시적으로 늘려 수요를 맞추고 있다.

IBM도 대우전자의 모니터와 LG반도체의 D램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조업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부품공급선 교체를 비롯한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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