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합의]회생불능기업 과감히 퇴출

입력 1998-12-07 19:12수정 2009-09-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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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내고 끊어내고 채찍질한다.’

7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나온 합의문을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회생불가능한 기업을 잘라내고 상호지보 부당내부거래의 고리를 끊어내면서 채권금융기관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여신중단 등을 통해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것.

▼자르고 끊는다〓정부는 이미 채권금융기관을 통해 5대 재벌의 계열사중 6월에 20개, 10월 25개의 부실기업을 선정 퇴출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합의를 통해 정재계는 이외에도 빚이 많아 자본잠식상태에 있거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이자를 갚을 정도의 이익도 못내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킨다고 약속했다. 채권금융기관은 이같은 부실계열사에 대해서는 신규자금 제공을 중단키로 합의했다.

계열사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상호채무보증 19조3천억원은 2000년 3월말까지 해소하되 그룹내부의 서로 다른 업종간 채무보증은 올해말까지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업종간 상호지보 15조원중 내년 3월말 이전에 만기가 되는 4조원을 제외한 11조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의 내용을 지연시키거나 왜곡하는 부당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정위는 이번에 새로 얻은 계좌추적권을 통해 계열사간 저리 자금 지원을 차단하게 된다.

▼합리적인 경영주체를 만든다〓이번 합의에서 정부가 역점을 둔 부분은 합리적인 경영주체를 만든다는 것.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경영주체가 ‘총수 1인’에서 ‘이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자금지원이나 지급보증도 끊어지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 등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이사회의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채권 은행들은 출자전환해 주주가 되더라도 기업경영에 직접 간여하지는 못하지만 사외이사 및 감사를 파견하거나 지명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합의 안 지키면〓이위원장은 “재벌들의 약속 이행 여부는 소관부처인 금감위에서 점검할 일이지만 송구스럽게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재벌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 상황은 주채권은행이 분기별로 체크해 발표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심리적 부담감에 앞서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채권금융기관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기업 경영권을 빼앗아오거나 채권보전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반도체분야 빅딜이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 퇴출 등의 이행실적이 신통치 않을 때는 여신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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