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에 컨설팅의뢰]『30%는 번역비…돈낭비 극심』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08분


외국업체에 구조조정 관련 고급용역을 맡기면 국내업체에 맡겼을 때보다 ‘0’자 하나가 더 붙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비싸다.

외국계 B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시중은행 관계자는 “컨설팅에 드는 비용의 3분의 1은 번역에 드는 비용”이라며 “서비스를 파는 쪽이 배려해야 할 일까지 사는 쪽에서 부담한다”고 푸념했다.

국내 회계사 등 전문가들의 시간당 임률(賃率)은 15만∼50만원선.

해외인력은 그 두배쯤 돼 A급변호사는 시간당 7백달러(98만원)에 이른다. 예컨대 30일간의 실사 프로젝트에 시간당 50만원짜리 회계사 5명이 투입된다면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6억원(50만원×5명×8시간×30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분 매각의 경우엔 성공했을 때 매각대금의 0.5∼1% 가량을 용역제공업체(투자은행)에 성공보수로 지불한다. 3천억원에 팔린 한화기계 베어링부문의 경우 30억원 가량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S은행 실사 당시 한국인 회계사 6명과 함께 일한 외국인 회계사 3명은 용역료 12억원 중 절반을 챙겨갔다. 외국인들은 주5일 근무에 야근없이 하루 8시간만 일하고 한사람이 하루 5백만원을 받은 것.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국내 회계사는 “실제 업무는 국내 회계사들이 밤샘하며 대부분 해냈지만 돈은 엉뚱하게도 외국인들이 챙겨갔다”고 말했다.

한편 ‘시간당 수수료’는 용역비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고 이 돈이 모두 회계사 등 전문가의 몫은 아니다. 회계법인의 경우 아래로부터 어소시에이트―시니어 어소시에이트―매니저―시니어매니저―디렉터―파트너의 직급체계가 있다. 일종의 주주로 회계법인의 경영자인 파트너를 제외한 나머지 직급은 대체로 정해진 월급에 약간의 성과급을 받는다. 최근 자산부채실사를 한 H사가 지불한 용역수수료는 6억원. 이중 1천만원 가량이 회계사들의 월급 이외의 성과급으로 분배됐고 1천만원은 식비 등 경비로 쓰였다. 나머지 5억8천만원은 파트너가 ‘관리’한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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