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TJ사단 『훨훨』-MJ계 『우수수』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김만제(金滿堤·MJ)전회장 등 포항제철에 대한 감사원 특감이 진행되면서 포철 주변에선 이런 말이 나돌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김영삼(金泳三·YS)정권이 출범한 93, 94년 상황의 복사판이다. 정권교체에 이은 경영진 교체에서부터 연이은 세무사찰과 특감, 전회장 등 핵심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움직임까지….

다만 그때 밀려난 측과 새롭게 등장했던 인물들간 명암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93년 김영삼정부의 등장과 함께 YS에 맞섰던 박태준(朴泰俊·TJ)포철명예회장이 축출되자 이른바 ‘TJ사단’은 줄줄이 포철을 떠나야 했다.

이때 정리된 사람은 황경로(黃慶老)전회장 박득표(朴得杓)전사장 이대공(李大公)전부사장, 그리고 현 포철회장인 유상부(劉常夫)전부사장을 비롯해 수십명.

포철은 정명식(丁明植)회장 조말수(趙末守)사장에 의한 1년간의 과도체제를 거쳐 94년 김만제회장에 의해 ‘접수’됐다.

김전회장은 이후 ‘YS의 의중에 따라’ 포철에서 ‘박태준 흔적’ 지우기 작업을 벌여나갔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MJ 인맥’이 형성됐다. 그러나 4년간 승승장구하던 MJ체제는 박태준씨가 작년말 공동여당의 총재로 화려하게 재기하면서 올 3월 막을 내렸다.

동시에 5년전 ‘숙청된’ TJ사단이 잇따라 포철에 재입성했다. 유상부전부사장이 회장으로, 이어 박득표전사장은 포스코개발회장, 이대공전부사장은 포철학원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문수 당시 판매담당 상무도 5월 전무로 컴백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이번 감사원 특감을 TJ 5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종 정리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감사원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전현직 임원 가운데에는 김전회장 시절 핵심 지위에 있던 ‘MJ계’ 인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MJ체제 이후 중용된 경영인맥은 김종진(金鍾振)전사장과 김진주(金鎭珠) 조관행(趙寬行) 이동춘(李東春)전부사장 등이 대표적. 이들은 모두 김전회장 시절 경영 전면에 포진해있다 3월 주총에서 동시에 물러났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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