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 대기업발표이후]은행권 의지부족 지지부진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18일로 은행권이 55개 퇴출대상 대기업을 선정한 지 꼭 두달째. 어떤 회사가 어떻게 처리됐나.

▼부도현황〓6월18일 은행권의 퇴출대상기업 발표이후 11개 기업이 부도났다. 발표당시 이미 부도가 난 12개 기업을 합하면 모두 23개 기업이 부도상태. 5대그룹 퇴출계열사 20개 중에서 퇴출판정 후 부도가 난 기업은 대우 계열의 대창기업 한 곳.

부도가 곧 퇴출은 아니다. 해태제과는 오래전부터 부도기업이었으나퇴출판정이후기사회생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주 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해태제과의 해외매각 후 청산을 추진하다가 담보없는 대출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종합금융사 등의 압력에 밀려 결국 출자전환 방안을 승인했다.

한일합섬은 퇴출판정 이후 부도를 맞았으나 부도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 회사재산 보전처분결정을 이미 받아내고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주 채권은행인 한일은행은 한일합섬을 퇴출대상에 포함시켜 놓고는 나중에 법원에 재산보전처분 동의서를 보냄으로써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었다.

▼퇴출방식〓청산 매각 합병 등이 주를 이뤘다. ‘합병도 퇴출이냐’는 논란 속에서도 15개 기업이 합병을 추진중이다. 청산은 20개 기업이 추진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청산은 6개 기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업 및 자산양도, 지분 및 사업부문 매각 후 청산을 내걸고 있다. 매각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인 기업은 11개. 대우 계열 한국산업전자 등 2,3개사는 종업원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퇴출 자체를 거부하는 기업도 있다. 통일그룹의 일화는 퇴출결정에 반발해 7월 2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 채권은행이 동의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일화는 계열사들로부터 빌려쓴 돈을 출자로 전환해서라도 회생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거평그룹의 대한중석은 법정관리신청을 내고 회사재산보전 처분결정까지 받은 상태에서 퇴출판정을 받았는데 법원은 7월 31일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내렸다. 거평종합개발은 아직 법정관리 개시결정만 받지 못했을 뿐 대한중석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퇴출이 잘 안되는 이유〓퇴출판정을 해도 퇴출이 잘 되지 않고, 부도까지 나도 퇴출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꼭 퇴출시키겠다는 은행권의 의지가 부족한 점도 문제지만 퇴출기업선정 자체가 졸속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금융감독위원회의 채찍질 아래 2,3금융권을 배제한 채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한 것이 졸속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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