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PCS-유화 「빅딜」 추진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LG와 SK그룹이 개인휴대통신(PCS)과 석유화학사업의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LG와 SK는 이를 위해 실무작업팀을 구성,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을 위한 활발한 교섭작업에 착수했다.

손길승(孫吉丞)SK부회장은 최근 그룹 관계자들에게 “SK와 LG가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사업을 놓고 빅딜을 논의 중”이라며 2개 그룹간의 빅딜로 논의가 좁혀졌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SK는 정보통신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휴대통신 이외에 유선통신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SK간의 빅딜논의는 SK의 선제안으로 급진전됐다.

SK는 LG의 PCS 사업을 인수하는 대신 석유화학과 가스 등 관련사업을 내놓겠다고 먼저 운을 뗐다. 이에 대해 LG는 SK가 갖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규모가 미미해 빅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 특히 LG가 정보통신을 21세기 주력사업으로 생각하고 있고 PCS에 이미 1조원 이상 투자한 입장에서 석유화학과 PCS의 맞교환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논의되는 빅딜은 최선보다는 차선을 찾는 모양새”라며 “이같은 빅딜이 LG가 주장하는 것만큼 LG에 손해는 아니다”는 입장. 단순비교하더라도 올해 상반기에 SK㈜의 석유화학부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LG텔레콤은 1천8백2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SK가 손해라는 주장이다.

주초에 숨가쁘게 진행된 빅딜 공방전 속에서 LG는 SK에 정유부문까지 내놓으면 빅딜을 할 수 있다는 진전된 방안을 제시,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LG의 이같은 주장이 나오자 SK는 빅딜보다 차라리 LG의 PCS 사업부문을 인수할 수도 있다며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LG와 SK의 이같은 공방을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기세싸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전되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한다.

재계에선 그러나 이번 빅딜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본게임은 ‘공기업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빅딜 양보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빅딜을 ‘사석’으로 쓸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특히 LG의 경우 지난 문민정부 때 PCS 사업권을 따고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회심의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기류가 그룹내에 있다는 것. 한편 LG와 SK의 논의 이외에 현대그룹이 한화에너지의 정유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빅딜은 다자간보다는 2자간 형태로 급진전할 조짐이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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