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개발팀]『램버스D램은 우리가 NO1』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30분


“연봉 1백만달러를 준다해도 회사를 떠날 마음이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LG반도체 램버스D램 개발팀(설계2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이들은 IMF체제를 잊고 산다. 정리해고도 빅딜도 이들에겐 바깥 세상의 얘기일 뿐.

리더인 전영현(全永鉉)팀장은 “한때 회사가 3각 빅딜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팀내에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에 흡수되면 오히려 삼성전자 램버스팀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LG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램버스D램은 1초에 신문 1만3천페이지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현존 최고속 D램. 일반 데이터확장형(EDO)D램보다 20배, 최근에 상용화된 ‘PC100’형 고속 싱크로너스보다도 6∼8배 가까이 빠르다.

램버스 개발팀원들은 아직 젊다. 평균 연령 30세. 40명 정예 멤버들은 모두 초고속 D램 개발에 ‘미쳐’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하루 14시간 근무는 기본. 바깥이 어두워져야 집중력이 살아난다는 이유로 연구소는 늘 밤늦도록 불이 환하다.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느낄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래도 분기마다 한번 정도 갖는 회식때에는 40명이 소주 1백병 이상을 ‘쏟아 붓듯’ 화끈하게 비워낸다고.

램버스 설계 기술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팀장은 최근 모대학 강단에 서달라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겉으로 드러난 거절 이유는 가르치는 게 취미에 맞지 않아서. 하지만 실은 최고의 팀을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쟁업체에서 연봉 1백만달러를 주겠다며 은근히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자부심 때문이었다.

램버스 팀은 요즘 한창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6월 LG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64메가 다이렉트 램버스D램이 곧 뜰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 LG측은 내년에 전체 D램 물량의 약 30%가 램버스D램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D램 매출액 기준 세계 6위권인 LG반도체는 램버스D램만은 30% 이상을 공급하며 선두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워놓았다.

LG반도체는 남보다 한발 앞서 고속 D램 분야에 뛰어들었다. 뒤늦게 D램 사업을 시작한 탓에 용량을 늘리는 집적도 경쟁에선 이미 상대가 안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LG는 94년 선발업체들이 외면했던 미국 램버스사의 초고속 D램 설계 기초 기술을 받아들였다. 램버스사는 당시 직원이 50명도 안되는 소규모 벤처기업. 이들의 기술을 믿고 ‘베팅’을 한 것은 어찌보면 후발주자이기에 가능했던 ‘모험’이었다.

이제 그 모험이 결실을 맺고 있다. 차세대 초고속 D램의 규격을 놓고 싱크링크 DDR 램버스 방식 등이 최근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인텔이 최근 싱크로너스D램의 차기 제품으로 램버스D램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난 것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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