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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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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제입찰의 향방은 입찰자 선정방식과 부채탕감 규모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수 희망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기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은 세계적 투자가인 사우디의 알 왈리드왕자로부터 5억달러 가량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포드 및 유럽 자동차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기아의 대주주인 포드측은 웨인 부커부회장이 이날 방한해 정부와 기아 삼성 채권금융단 관계자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그동안 인수의사를 밝혀온 현대와 대우는 입찰조건을 따져보며 뚜렷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입찰기준에 불만있는 국내업체〓산업은행이 발표한 낙찰자선정기준은 일방적으로 포드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게 중론.
인수자금의 원천을 문제 삼겠다는 것도 그중의 하나. 산업은행은 인수자금이 차입금일 경우 낮은 점수를 부여할 방침인데 이것은 경영이 어려운 국내업체들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반면 작년 69억달러의 흑자를 낸 포드자동차는 느긋한 입장.
또 선정기준중 30%가 부여된 인수기업의 장기 현금유동성(캐시플로)도 국내 기업이 포드자동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기준.
특히 후발업체인 삼성자동차는 기술 수출 등 비가격적인 요소에서도 포드 현대 등에 뒤져 가장 불리한 형국이다.
앞으로 선정기준별 배점을 위한 평가항목 및 방법, 평가를 담당할 평가단이 구성되어 봐야 알겠지만 아무리 가격을 높게 써낸다 해도 낙찰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과정에서 평가항목의 구성과 배점에 대한 공정성 및 자의성에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초조한 삼성, 소극적인 현대―대우〓삼성은 자동차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의식해 기아인수에 배수진을 쳤다. 기아를 인수하지 못하면 삼성자동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각오다. 삼성은 포드와의 제휴추진 외에도 유럽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컨소시엄 구성방안을 추진중이며 미국 중동 동남아 등의 ‘큰손’들을 상대로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아인수 필요성이 적은 현대와 대우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는 금강산개발과 한국중공업 포항제철 등 공기업인수 의사를 갖고 있는 만큼 기아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며 대우 역시 자본제휴상대인 미국 GM의 파업으로 외자조달이 지연되는 실정.
▼부채탕감규모가 관건〓인수 희망업체들이 인수전략을 세우려면 인수가격을 먼저 책정해야 하고 인수가격을 정하는 데는 부채탕감규모가 결정적 변수다.
현재 기아의 부채는 8조7천5백억원, 아시아는 3조7백억원으로 총 11조8천2백억원에 달한다. 부채가 자산을 2조4천6백억원 초과한 상태다.
산업은행측은 상당부분 부채탕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채권 금융기관들은 이에 극히 부정적이어서 큰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아무튼 기아인수전은 정부의지와 부채탕감, 업체간 제휴 여하에 따라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이·이희성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