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외국투자자 참여, 경제회생 돈줄 확보

  • 입력 1998년 7월 3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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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위원회가 3일 발표한 1차 공기업민영화 계획안의 핵심은 해외매각과 국내 재벌참여 허용이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해외투자자를 참여시킴에 따라 수요자가 그만큼 늘어나면서 공기업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외환위기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달러가 절실히 필요하고 경기침체 국면에서 재정적자를 보전할 재원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국내재벌은 내년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공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 이와 함께 공기업의 해외매각으로 국가신인도를 높여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93년에도 58개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거창하게 발표된 적이 있지만 그때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추진 주체와 강도라고 할 수 있다. 93년 민영화추진위원장은 이경식(李經植)경제부총리였고 실무책임자는 오세민(吳世玟)기획관리실장이었다. 당시 민영화업무에 참여했던 실무자들의 회고를 들어보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부총리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아 오실장이 부총리 비서실장에게 두세차례 경과를 보고하다가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에 부닥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번 공기업 민영화에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바로 추진주역이라는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혁명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라”고 독려하며 기획예산위의 초안을 반려했다.

고도경제성장 신화의 주역인 포항제철까지 외국인에게 매물로 내놓았다. 한국전력과 담배인삼공사도 값만 제대로 쳐주면 외국인에게 언제든지 팔기로 했다. 국산담배 애용이 더 이상 애국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당초 5대 재벌은 경제력집중을 우려해 배제하려 했으나 역차별론이 제기돼 참여 허용쪽으로 바뀌었다. 현대그룹이 신규 제철소 건설을 포기하고 국내외 투자가들과 컨소시엄을 형성, 포철 경영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

1차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 5대 공기업과 자회사 21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4조4천5백7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단계적으로 민영화될 6개 공기업을 추가할 경우 총매출액이 52조7천6백47억원. 금융을 제외한 전체 공기업 총매출액 70조7천5백20억원의 74.6%에 달한다.

공기업 민영화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수없이 많다. 우선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팔 수 있는 가격에 응찰하는 국내외 투자자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다. 외국기업 중에는 헐값에 알짜 기업을 먹으려고 덤비는 기업들이 많다.

소관 부처들은 증시침체 헐값매각 등 온갖 이유를 끌어대며 공기업매각을 질질 끌 가능성도 있다. 공기업 노조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군대를 동원했을 정도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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