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銀 선정]조건부승인 7개銀, 自救실패땐 사망선고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이번 경영평가 대상 12개 은행중 조건부로 살아남은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은행 등 7개 은행에 또 한바탕 채찍이 가해졌다.

7개 은행은 앞으로 경영진교체 감자 자본확충 등이 결실을 하지 못하면 ‘먼저 간’ 동화은행 등 5개 은행과 똑같은 운명을 맞게 될 전망이다.

7개 은행은 7월말까지 금융감독위원회에 강력한 자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위는 이들이 자본확충에 실패할 경우 합병에 나서도록 요구하고 있어 특히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간의 합병을 통한 초대형은행의 탄생이 예고된다. 특히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과 은행간 합병도 은행 경영정상화의 좋은 방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에 대해서도 당국이 큰 거부감이 없음을 시사했다.

▼4대 시은의 슈퍼은행 모색〓금융계에서는 금감위가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대해 경평위가 ‘승인’판정을 내렸음에도 굳이 ‘조건부 승인’판정을 한 것은 대형은행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감위는 외자유치 등 자본금 확충이 어려워질 경우 자발적인 합병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형은행간에도 이론적으로 자산부채이전(P&A)방식을 통한 인수가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금감위는 대형은행간 합병을 통해 이른바 ‘슈퍼은행’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것.

여기에 재벌들의 움직임도 초대형 은행 출현의 변수.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은 4,5개의 대그룹과 미국계은행이 각각 20억달러씩 출자하는 대형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종금과 이번 경영평가에서 조건부 승인판정을 받은 강원은행을 합병한다. 그룹측은 ‘현대은행’이 출범한뒤 상황에 따라 다른 대형은행과의 통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람은행의 대주주인 LG그룹과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삼성그룹 역시 은행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벌들이 은행업에 진출, 합종연횡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형은행을 흡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영진 교체〓금감위는 7개 은행의 경영진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폭’의 의미에 대해 이위원장은 “언어의 의미 그대로 이해해달라”고만 밝혔다. 해당은행 관계자들은 “일부 은행의 행장을 포함, 절반 가량은 물갈이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4대 대형은행의 등기 임원수는 행장을 포함 10,11명 수준.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선임돼 두번이상 임원을 지내는 사람이나 내년 2월에 임기(3년)가 끝나는 임원들이 교체 0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당 5,6명의 임원이 나간 자리에는 외부전문가들도 대폭 기용되며 특히 4대 은행의 경우 외국인 전문가를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한편 7개 은행은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걸쳐 행당 20%가까운 직원을 감원했으나 이번에 금감위에서 조직과 인원을 대폭 감축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추가적인 대량감원이 불가피해졌다.

▼감자(減資)〓금감위는 일단 △강원 충북은행은 완전감자 △평화은행은 95.49%를 감자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셈. 평화은행은 상장사가 아니고 강원은행은 오래전부터 현대종금과의 합병사실이 알려져 상대적으로 주주들의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 등 대형 4개 은행에 대해서는 감자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4개 은행은 감자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7월에 또 제출하는 경영정상화계획서가 승인되지 않을경우 퇴출이 불가피해지고 그때면 이날 퇴출된 5개은행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은 큰 손해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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