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실태 특감]사업-조직늘려 총체적 부실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42분


감사원이 19일 발표한 공기업 경영구조실태 특감결과는 ‘방만’‘무책임’의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던 공기업들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확인해줬다.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주인없는 기업’이었다.

▼ 문어발식 확장 ▼

공기업 대부분이 설립목적과는 무관한 사업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해 엄청난 적자를 냈다.

한전은 하나로통신 등 5개 통신회사에 1천억원을 출자해 배당도 받지 못한 채 연 1백28억원의 이자만 물어왔다. 한국통신도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전송망사업에 3천1백억원을 투자해 현재 누적적자만 2천억원에 달하는 형편.

정부로부터 경영부실로 통폐합이나 폐지 통보를 받고도 그대로 운영하는 ‘배짱경영’도 수두룩했다. 주택공사 등 4개 기관은 산하 감리공단의 정리를 통보받고도 ‘버티기’로 예산만 낭비했으며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한국산업증권은 영업정지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자 1천5백억원을 증자하기도 했다.

▼ 조직 인력늘리기 ▼

불필요한 조직을 신설하거나 사업성도 없는 지역에 해외사무소를 두는 등 외화낭비도 심각했다.

한전은 강원도 등에 2개 지사를 중복 설치하고 기능이 유사한 기획본부와 종합조정실을 두고 있었다. 외환은행은 5개 지역본부의 기능을 본점에 이관하고도 지역본부를 그대로 남겨두고 이사를 본부장으로 4,5명의 직원을 둔 허울뿐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출보험공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및 45개 해외신용조사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도 별도로 해외사무소 11개소를 설치해 43억원의 외화를 낭비해 왔다.

가스공사는 설비유지보수 등을 자회사에 이관하고도 오히려 인력을 2.2배로 늘렸다. 또 토지공사는 신도시 개발사업이 종료됐는 데도 인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임원 이사대우 관리직 등의 ‘자리보전’은 더욱 심화됐다. 포철 등 16개기관의 경우 총인원은 11% 감소했으나 3급 이상 상위직은 오히려 2%나 증가했다.

▼ 마구잡이 예산집행 ▼

근거도 없는 수당 신설 등 ‘헤픈 씀씀이’도 많았다.

40개 모기업의 최근 5년간 임금실태를 분석한 결과 고정급 성격의 수당이나 복리후생비를 신설 증액해 이들 기업이 정부가 권고한 임금인상률보다 초과 인상한 인건비는 5조원에 달했다. 또 국민은행 등 52개 기관은 1인당 생산성이 6.4% 감소했는데도 임금인상률은 80%에 이르렀다.

주택공사의 자회사인 ㈜한양은 채무가 9천억원이 넘는데도 이익금을 상여금 100%, 교통비 14만원씩 인상하는 데 사용했다. 포철은 ‘부문별 인센티브 상여금’을 신설, 전직원에게 1인당 기준임금의 93∼134%씩 총 6백억원을 지급했다.

또 공기업들의 퇴직급여충당금은 5대 민간기업의 2.5배에 달했고 명예퇴직금은 정부기준의 5.6배에 달했다.

▼ 얼렁뚱땅 회계처리 ▼

공기업은 독점적 지위 때문에 접대비 등이 거의 필요없는데도 섭외성경비가 민간기업의 몇배에 달했다.

주택은행 등 14개 기관은 최근 5년간 섭외성 경비로 법인세법상 손금인정한도보다 1백78억원을 초과해 집행했고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7개 기관은 올해 예산편성에서 손금인정한도를 최고 17.6배나 초과 편성했다.

또 40개 모기업의 최근 5년간 기밀비 8백16억원 중 91%를 용도도 밝히지 않고 임직원의 수령증만으로 집행했고 사후정산조차 하지 않았다.

▼ 무책임 경영 ▼

84년부터 도입된 사외이사제는 유명무실했고 ‘전직임원 자리주기’에 불과했다. 조폐공사 등 7개 기관이 전직임원 자회사임원 자문위원 용역교수 등 독립성 확보가 어려운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경영실적평가제도 역시 허울뿐이었다. 반면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배려는 극진해 포철 등 16개 기관은 최근 임원보수 인상률이 직원보수 인상률보다 최고 2.2배까지 높았다.

외환은행 등 13개 기관은 차량지원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전용차량과 운전사를 배정했다. 포철은 포항과 광양에 연간 사용일수가 3∼17일에 불과한 회장(1백89평)과 사장(88평) 사택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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