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4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확고한 규제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공무원들과 이익집단 때문에 규제개혁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는 13일까지 정부 각부의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제출받아 내주부터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기대 수준의 개혁안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관련 회의 때마다 보인 일부 장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비춰봐도, 최근 총리실에 “다른 부는 몇 건이나 되느냐”는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것만 봐도 ‘눈치보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사회부처의 경우 그동안 각종 현안마다 사사건건 방어논리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가 있다. 환경 안전 보건 등 공익과 직결된 사안의 경우 존속이 필요한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과감한 규제혁파가 필요한 경제부처 중에도 재정경제부 등 일부 ‘힘 있는’ 기관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경부의 경우 금융기관 진입규제 철폐와 관련, 투신사 설립 자본규모를 기존 3백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낮추는 정도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 5억원 정도로 대폭 낮추자는 규제개혁위의 입장에는 크게 못미친다. 선진국은 아예 규제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은 나름대로 적극적인 규제개혁 조치들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주택건설 자동차 풍속영업 등의 분야에서 ‘덩어리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한편으로는 규제로 인해 혜택을 받고 있는 이익집단과 이들을 뒤에서 부추기는 공무원들의 교묘한 ‘딴전 피우기’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집단의 영업권 독점 폐지를 막기 위한 로비전은 물론이고 각종 검사권 등의 폐지를 검토하다 관련 공단이나 단체의 저항으로 소폭 개혁에 그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총리실 관계자는 “규제개혁이 발표될 때마다 민원인들이 대거 몰려들거나 항의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