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1백명전망]「허리띠풀기」 내년하반기 가봐야

  • 입력 1998년 3월 15일 20시 23분


동아일보와 LG경제연구원이 공동 조사한 전문가들의 우리 경제전망은 ‘경제위기가 얼마 안 갈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가 얼마나 섣부른 낙관론임을 잘 말해준다.

금융 기업 경제단체 연구소 등 각 분야 1백명의 전문가들은 환율 금리 물가 등 거시지표가 연내 현 수준에서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이전 수준은커녕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도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서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 대목은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전체적으로 ‘금융기관 부실’을 지적한 전문가들이 다수(36%)를 차지했다. 금융기관과 기업전문가들이 금융기관 부실과 대외신용도 급락을 다같이 걸림돌로 본 반면 경제단체 연구소 외국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금융기관 부실 하나만을 걸림돌로 지적, 약간 대조적.

외자도입 및 금리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3개월 뒤에도 현재와 비슷한 1천5백원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현장의 감각으론 정부가 생각하는 1천3백원 안팎에서의 안정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를 뒤집어보면 이미 외화를 상당액 보유한 기업 및 은행 입장에서 외환시장에 달러를 내놓을 인센티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원화환율은 겨우 12월말에 가서야 1천4백원대, 99년말에 가면 1천2백∼1천3백원, 2000년쯤 되어야 1천원대로 하향안정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설문에 응한 외국전문가들이 국내 전문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하향안정세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이 대조적. 이같은 중기전망은 S&P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1년내 우리 경제의 투자등급을 ‘투자적격’단계로 한 등급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외신보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3년만기 회사채수익률)도 단기간에 내려갈 것으로 보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매각과 통폐합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이른 시간내에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 3개월 뒤 지금 수준보다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답변도 21%나 됐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IMF 이전 금리수준(12∼13%)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 시기는 2000년 말이었다. 다만 지난 연말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2000년 말이고 부실 금융기관 정리가 지지부진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정은 만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에선 전망.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16%대 예상이 79%를 차지, 정부와 IMF가 합의한 올해 물가 가이드라인 9% 수준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들의 물가불안 심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 연말 예상실업자수는 기업에선 1백50만명 이하로 추산한 반면 나머지 분야 전문가들은 대부분 1백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 대조를 이뤘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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