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높이 경쟁이 벌어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1930년 뉴욕에 세워진 크라이슬러 빌딩은 초고층 빌딩 시대를 연 건축물이다. 이 빌딩은 3백m를 넘었다. 역시 뉴욕에 세워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국제무역센터와 시카고의 시어즈타워가 4백m를 넘었다. 아직 5백m를 넘는 빌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세워지지 않았지만 상상속에만 존재한 건물은 더 높았다. 1956년 미국 시카고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1마일빌딩은 이름 그대로 1마일(1,609m)을 목표로 설계됐던 것.
높이 경쟁과는 별도로 ‘과연 고층 빌딩이 아직 필요한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높이를 강조했던 것은 통신이 발달하지 않는 구시대의 얘기라는 것. 위성통신이다, 무선통신이다 하는 갖가지 첨단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예전처럼 한 빌딩에 집중해 있어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주에 자리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건물은 이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주름잡는 회사지만 건물높이는 20m의 ‘난쟁이’ 건물이기 때문이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