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산업 도산위기…완성차 재고 「산더미」여파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01분


“현대자동차가 최근 생산량을 대폭 감축하면서 납품 물량이 작년말보다 50% 줄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협력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출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베어링업체 I사 김모사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등 완성차업체들 주변에 있는 수백개의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요즘 기계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주야간 2교대로 밤낮없이 돌아가던 생산라인이 주간 1교대로 단축된데 이어 최근에는 더욱 작업량이 줄어 근로자들의 절반가량은 1주일 이상씩 번갈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내수부진으로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한달에 10여일씩 조업단축에 돌입하자 수직 계열화된 부품업체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작년이후 부도 난 1차협력업체만 전체의 10%가량인 98개사에 달하고 나머지 업체들도 대부분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3차 협력업체의 부도는 수백개사에 달해 모기업들이 아예 현황파악을 포기한 상태다.

완성차업체별로는 작년 5월 부도이후 자금난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아의 경우 1차협력업체중 47개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지난달 하순부터 대부분의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현대자동차도 1차협력업체 3백75개사 가운데 22개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져 현대측이 긴급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실정.

올들어 조업중단을 하지 않은 대우자동차도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8개협력업체가 넘어졌다.

특히 부도가 난 협력업체 가운데는 엔진기어 브레이크 트랜스미션 등 자동차용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아 완성차업체들의 라인가동이 전면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인 정몽규(鄭夢奎)현대자동차회장은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달내에 완성차업체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정부당국의 획기적인 자동차 내수진작책을 촉구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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