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이 R&D투자를 연기하거나 연구개발직을 우선으로 인력감축을 하고 있어 연구개발직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64메가D램 메모리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도 연구직들의 사기 저하로 인해 일어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LG전자 반도체기술연구소는 올해 국내 공채를 중단하고 해외 고급인력 스카우트를 하지 않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인력 감축계획을 검토하는 중이며 감원이 결정되면 상당수 프로젝트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달 중순 최종 확정할 사업계획에서 지난해 1천5백억원에 달했던 연구개발비의 상당부분을 축소한다. 1천2백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도 동결 내지 감축할 방침.
대우그룹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지난해 5.01%에서 올해 4.3%로 축소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는 지난해부터 박사급 인력이 대거 떠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2백50여명의 박사급 인력 중 25%인 60여명이 이직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대만 등 경쟁국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한 연구원은 “말로는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겠다고 하면서 대우는 일반직원과 똑같다”며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당 연구원이 더 이상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여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계획된 R&D 투자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당장 돈이 되는 기술개발에만 치중, 기반기술 개발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
삼성전자 모니터연구팀은 1월 집행할 R&D 투자비를 당분간 유보하고 있다. 대부분이 외국에서 장비를 수입해야 하나 환율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
대우자동차는 독일 영국 미국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 자동차 후속모델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계획된 연구비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 낙관하기 어렵다. 주로 미국에 연구소를 많이 갖고 있는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도 마찬가지. 연구개발도 전자소재나 생명공학 등 짧은 기간에 수익을 올릴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장기간 결실을 보지 못하는 개발분야는 취소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주대영(朱大永)연구위원은 “지난해 전자업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비메모리 부문 연구개발과 화합물반도체 분야의 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래정·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