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스캔들」, 한국금융위기에 『악영향』

  • 입력 1998년 1월 24일 20시 40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은 한국에는 ‘강 건너 불’에 불과할까. 현재로서는 아직 이렇다할 영향이 없지만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정치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주미(駐美)한국대사관은 이미 장단기 전망과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클린턴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손상을 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의 경우는 물론이고 탄핵까지 가지 않는다고 해도 도덕적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기 때문에 지도력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의 리더십 약화는 금융위기 극복과 한반도 4자회담의 진전이란 두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는 불리하다. 클린턴은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적이었으며 4자회담도 그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공동 작품이다. 물론 클린턴 스캔들로 미 행정부의 행정능력이 마비될 경우 일시적이나마 달러화 약세가 예상돼 엄청난 외채상환 부담을 지고 있는 한국에 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23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등 증시와 외환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다우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0.14포인트가 떨어졌으며 달러화도 이번주초 달러당 1.84마르크에서 1.7775마르크로 크게 밀렸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클린턴이 의회의 반대를 누르면서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 현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이 미국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에 긴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자회담도 사정은 비슷하다. 클린턴은 4자회담 성사를 자신의 주요한 외교적 업적의 하나로 간주해 왔다. 엄밀히 말하면 역대 미 대통령 중에서 클린턴만큼 한반도문제에 정통한 대통령도 없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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