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선언문 합의]『급한 불 먼저 끄자』 절충 거듭

입력 1998-01-21 07:58수정 2009-09-2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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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勞使政) 3자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간의 공정한 고통분담에 관한 공동선언문’은 20일 오후 9시에 극적으로 확정, 발표됐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실무협상에서 3자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협상 분위기는 오후 3시경부터 타결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노동계와 정부측이 최대의 쟁점사항인 ‘고용조정 법제화’를 공동선언문에 명시하지 않고 처리시한만 2월 임시국회까지로 제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김창성(金昌星)경총회장은 회의장 부근에서 실무자에게 “법개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시하는 장면이 여러차례 눈에 띄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도 회의 도중 바깥으로 나와 “사용자측의 반발이 의외로 강하다. 한광옥(韓光玉)위원장이 김경총회장 등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사용자측이 정부와 노동계의 수정안에 동의하자 이번에는 민주노총에서 반발했다. 문제를 삼은 대목은 ‘3자가 합의한 10개 의제를 2월 임시국회까지 일괄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항이었다. 특히 민주노총의 배석범(裵錫範)위원장직무대행은 오후 5시반경 외빈과의 회동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난 뒤 두시간 이상 돌아오지 않아 다른 위원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측에서 일괄 처리 시기를 못박으면 고용조정이 기정사실화한다는 이유로 이 문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위원장직무대행이 도착한 것은 오후 8시15분경이었다. 곧바로 노측의 배위원장직대와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 사측의 김경총회장과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 정측의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 이긍규(李肯珪)국회환경노동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렸다. 잠시 후 한 실무요원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모두 타결됐다”고 전했다. 오후 9시 한위원장은 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A4용지 석장으로 경제주체가 고통분담에 합의하게 된 배경을 소개한 전문과 5개항의 합의안, 향후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는 결의로 구성됐다. 한위원장은 이어 위원들과 나란히 서서 사진촬영을 했다. 한위원장은 “이런 날 모두 한번 웃자”며 농담을 던졌지만 노동계 두 위원장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은 당초 미국 뉴욕에서 진행중인 투자유치협상을 감안, 20일 오후 5시까지 공동선언문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노사정 3자대표 공동명의의 공동선언문을 미국 뉴욕에 있는 협상단에 팩스로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노사정 3자 대표들은 이번 합의문 성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고용조정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각기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광옥위원장은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산업평화를 이뤄야만 국가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김차기대통령의 의지가 이룬 첫 단초”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인상노총위원장은 “앞으로 짚을 것은 짚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겠다”며 “기업과 정부가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가시적 조치가 취해져야 앞으로의 협상도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석범민주노총위원장직무대행도 “정리해고 반대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관건은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고통을 ‘선(先)분담’하느냐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창성경총회장은 “비록 합의문에는 반영이 안됐지만 고용조정 문제는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인수·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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