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小주주 권한 강화』요구

  • 입력 1998년 1월 21일 07시 58분


대표적 해외펀드인 타이거펀드 코리아펀드 오펜하이머펀드가 SK텔레콤에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해외주주들의 요구는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지분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들 3개 펀드는 지난주 SK텔레콤에 보낸 제안서를 통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해외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정관에 명기하는 방안을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1월 개정된 증권거래법에 따라 상장기업 주식 1% 이상을 6개월 넘게 보유한 주주는 원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주주 제안권을 갖고 있다. 주주 제안권 도입 이후 외국 펀드가 이 권한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상장사 주식만 보유한 외국인들은 주주로서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번 움직임은 외국펀드가 주주로서 경영 감시역을 본격화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제안권을 행사한 3개 펀드 중 타이거펀드는 현재 SK텔레콤 주식을 6%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개 펀드가 각각 5%씩 확보, 3개 펀드의 보유 주식은 16% 선을 넘어섰다. 20일 현재 SK텔레콤 주식의 외국인 지분은 33%에 이르러 SK그룹 최종현(崔鍾賢)회장과 SK㈜ 등 우호세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21.2%)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안서를 받고 제안내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요구 사항들을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우량 통신사업체인 SK텔레콤을 인수, 한국 통신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한도를 33%로 규제한 통신사업법이 개정될 경우 SK그룹은 곧바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무방비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에 1천6백35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SK텔레콤 경영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주식은 뉴욕등 해외 증시에서 한 주당 무려 1백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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