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수술」손댈곳 많아도 내달 완결…비대위,한시법 검토

  • 입력 1998년 1월 14일 20시 07분


김대중(金大中) 차기대통령은 13일 재벌총수들의 손에 새 정부 재벌정책 기조와 방향을 담은 ‘재벌개혁 가이드라인’을 한 부씩 쥐어줬다. 각종 법률과 제도 정비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미리 재벌총수들에게 향후 ‘수술계획’을 통보해준 것이다. 이 재벌개혁 가이드라인은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공정거래위 등 관계 부처에도 전달됐고 관련 부처는 즉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각종 법률과 시행령 개정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상경제대책위는 재벌개혁 관련 입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4일 노사정(勞使政)협의기구 구성을 합의함에 따라 정리해고 문제와 함께 재벌개혁 입법절차도 이달 내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3년간의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벌개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손질해야 할 각종 법률이 수십가지가 넘고 관련 정부 부처나 국회 상임위도 여러 곳이어서 ‘교통정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대위 일각에서는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특별법의 명칭은 ‘기업구조조정특별법’ ‘경제구조조정특별법’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당초 비대위는 특별법의 이름을 ‘경제구조조정특별법’으로 정하고 정리해고문제와 재벌개혁조치 등을 한꺼번에 넣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정리해고 도입문제와 재벌개혁안의 핵심인 결합재무제표의 조기도입 및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은 차제에 특별법이 아니라 관련 법률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제기됐다. 따라서 정리해고제나 근로자파견제의 도입문제는 노사정협의기구에 맡겨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유예조항을 삭제하는 등 노동관계법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결합재무제표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의 굵직한 재벌개혁사안도 주식회사외부감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정식으로 개정해 처리할 전망이다. 또 소액주주의 권한 보호와 전자공시제나 사외이사제의 도입, 경영진 책임을 묻기 위한 개선책 등도 공정거래법 회사정리법 화의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형식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특별법’에는 재벌과 노동계 개혁 사안 중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길 전망이다. 즉 기업의 인수 합병(M&A)시 절차 간소화와 세제상의 혜택,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그것이다. 이는 상법 법인세법 지방세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의 번거로운 개정 절차를 피하자는 취지다. 먼저 M&A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 자산과 영업권의 양도 양수시 특별부가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을 감면해 주고 이월결손금 승계 허용, 중복자산 매각시 특별부가세 면제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장치로는 기업분할제도의 도입과 지주회사의 허용 등을 명문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특별법은 구조조정의 대가로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특혜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예로 스스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주식만을 갖고 자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는 벌써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재벌총수가 지주회사에 명목상의 대표를 내세운 뒤 뒷전에서 책임을 피해나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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