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배경-의미]재벌에 일단 자율조정 촉구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00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재벌개혁 구상이 ‘태풍권’에 진입했다. 차입에 의존해서 문어발식 확장과 선단식 경영을 해온 재벌그룹들의 자구노력이 불가피해진 느낌이다. 재벌개혁에 대한 김차기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년구상을 마친 4일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비상경제대책위 김용환(金龍煥)대표에게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과 결합재무제표 도입을 앞당기도록 관련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숱한 논란속에서 몸을 불려온 재벌의 개혁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외압을 통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김차기대통령과 비상경제대책위가 마련해 놓은 방안은 2단계. 1단계로 대기업 스스로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만족하지 못할 경우 2단계로 ‘타율(他律)’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차기대통령은 5일 비대위 위원들에게 “기업, 특히 재벌들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했다. 1단계 조치가 가시화한 셈이다. 김대표는 ‘가이드라인’과 관련, “경제위기상황을 맞아 개혁을 머뭇거리다 낙오하는 기업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가이드라인은 결코 강제적인 것은 아니며 자율적 실천을 위한 구조조정 지침”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상호지급보증 및 결합재무제표 조기도입, 주주총회 및 이사회제도의 정상화 등이 주요내용이 될 것”이라며 “차입경영 자제와 주력기업 육성, 중소기업과의 관계재정립 등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서 끝낼 것 같지는 않다. 또 정리해고제 도입을 눈앞에 두고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해야 할 김차기대통령으로서는 “먼저 대기업부터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때문에 김차기대통령은 정리해고제 도입의 마지노선인 2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의 개혁을 촉진하는 법안을 함께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이 구상중인 재벌개혁의 주요내용은 대기업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 완전금지와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시기를 당초의 2000년에서 99년으로 앞당기는 것. 또 △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 부여 △기업 인수 합병의 제도적 장치 마련 △사외이사제도 강화 △여신한도의 엄정시행 △계열사 상호보조에 대한 과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상호지급보증 금지시한을 앞당기거나 그 대상을 30대기업에서 50대기업으로 확대할 경우 대기업은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결합재무제표나 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 부여 등도 기업 투명성 확보에 필수적인 조치들이다. 김차기대통령으로부터 ‘재벌개혁’의 임무를 부여받은 비상경제대책위는 6일부터 본격적인 법안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재벌개혁 방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증권거래법 상법 등 관련법안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대책위는 이달까지 법안검토작업을 마친 뒤 2월초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재경원이 제출할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는 ‘시간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자발적 유도’에 이어 ‘강제적 조치’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서 이같은 재벌개혁안이 순탄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벌의 반발을 무마하고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동의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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