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면 버린다』경영혁신 초강수…『양보다 질』강조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무인(戊寅)년 호랑이해를 맞은 재벌기업들은 내수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시장문이 한꺼번에 열릴 올 경영환경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험난한 파고를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경영혁신 비상을 걸고 있다.

▼수익위주 경영〓재계의 올해 경영혁신은 ‘양의 성장’을 포기하고 ‘질의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LG그룹과 포항제철 등이 주도해온 ‘경제적 부가가치(EVA)’경영이나 두산그룹이 펼치고 있는 ‘자본이익률(ROE)’경영이 수익경영의 대표적인 사례.

LG그룹은 지난 연말 EVA를 사업단위별로 계산, 경영진 인사에 참고했다. 올핸 전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작성하는 기준으로 EVA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3일 시무식에서 전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부가가치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대그룹들은 지난 연말 3년만기 회사채를 연이율 30%대로 수천억원씩 발행, 자금시장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릴 올 한해 30% 이상 수익을 내는 사업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 스스로의 판단. 고금리시대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계기업은 잘라낼 도리밖에 없다.

▼능력위주 경영과 경영 투명성 높이기〓능력위주 인사와 연봉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중엔 처음으로 효성그룹이 지난해 4월 대졸이상 전사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했다. 연말엔 삼성전자가 차장 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연봉제 바람이 거세다.

IMF시대를 맞아 사외(社外)이사제 도입 등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부쩍 눈에 띈다. 포철이 한발 앞서 지난해 3월 사외이사제와 사외감사제를 도입했다. 현대그룹도 올해부터 전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결합재무제표의 도입과 상호지급보증 해소가 이르게 추진되면 계열사간 각종 거래도 보다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 공략〓내수시장 지키기가 힘들어진 데 반해 환율폭등 임금하락 등으로 해외시장 경쟁력은 호전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3일 회장 사장급 최고경영자 24명을 전세계 지역본사에 내보냈다. 이들은 지역본사의 사업계획, 자금 조달 및 집행, 인사 등의 전권을 휘두르며 세계경영의 선봉을 맡는다.

삼성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급 이상 경영진을 동유럽 등 개도국 지역본부 담당으로 배치했다.

현대그룹은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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