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연 앞으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대형 투자회사들과 금융기관의 직원 상당수가 휴가를 떠나 다소 썰렁한 느낌까지 주는 뉴욕의 월가에서는 22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적인 상황변화가 없는 한 한국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암울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받은 등급은 완벽한 정크본드수준(투자부적격 채권).
스미스 바니증권의 한국 담당자는 『한국이 베트남 또는 심지어 몽골수준으로 간주되어 투자대상국 명단에서 이름이 삭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욕〓월가의 투자가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정크본드에 손대는 것을 「투자가의 체면을 구기는 것」(살로몬 브러더스 한국담당자)으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90억달러어치의 정부채권 해외발행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
영국계 투자자문회사는 내부자료를 통해 『아무리 높은 금리를 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한국이 발행하는 채권을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이날 오후 월가에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구제금융으로 연말까지 외채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한국정부의 설명이 전해졌지만 산업은행 채권의 수익률은 5백BP(미국채금리+5%)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한국계 상장주식들도 약세를 계속.
시티은행의 한국계 직원은 『한국정부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정부발표가 나오면 오히려 무엇인가 더 나쁜 것을 감추려는 의도로 받아들인다』고 탄식.
▼홍콩〓한국의 신용등급이 또 내려가고 환율이폭등한23일한국계 채권의 기준물인 산업은행 채권수익률이 5백BP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한국계 상장주식들은 약세를 계속했다.
메릴린치증권 홍콩지사의 한국담당자는 『이제 와서 한국정부가 채권과 신용장 등에 대해 보증을 한다고 밝혔지만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전망. 그는 『한국정부가 자본시장의 요구에 대해 지극히 「한국식」으로 엉뚱한 대답만 내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금융사의 관계자는 『재경원이 국제 신용평가회사의 연구원들에겐 자료도 주지 않는 등 함부로 대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언.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도 그 자체의 액수보다는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인데 구제금융만 받고 신용은 높이지 못했다』고 지적.
한편 홍콩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이미 현지에서 돈을 빌리거나 만기연장받는 일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이제 더이상 나빠질 수도 없다』며 자포자기 상태.
〈뉴욕·홍콩〓이규민·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