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온다』 심각한 DJ…「돈줄찾기」대책 부심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최근 한 측근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감격 때문이 아니다. 당선 하루 뒤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의 현안 보고를 듣고 김당선자는 어이가 없어 말을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김당선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심경은 22일 당 당무위원 지도위원 의원연석회의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김당선자는 『나나 여러분이나 발 뻗고 잠잘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대선기간에 나부터 사태를 잘 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말을 했었다』며 『외환이 바닥나 한달, 하루를 넘기기 어려운 지경이고 지금 당장 숨넘어갈 정도로 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신의 재협상 발언에 대한 일종의 자책이기도 했고, 모라토리엄(지불유예선언) 일보 직전에 이른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당선자의 모든 일정이나 관심도 경제난국 타개방안, 특히 외환 조달대책에 쏠려있다. 김당선자의 한 측근은 『총재의 머릿속은 온통 구제금융, 외환조달문제로 꽉 차 있다』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매일 각 부처와 연구소 비선(秘線)을 통해 올라오는 경제대란(經濟大亂)극복을 위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또 수시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고위관계자와 통화도 한다. 재경원측과 협의중인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 등 당 경제통들과의 회의도 거의 매일 있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당직자는 『총 외채가 도대체 얼마인지 정부도 파악을 못하고 있을 정도』라며 『3천억달러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경악했다. 김당선자는 일단 미국과 일본 등 공식채널의 지원을 받아 「급한 불」부터 끈 뒤 세계 금융계의 「큰손」들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안정을 이루겠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에 「투자사절단」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한 것도 그때문이다. 김당선자의 현실 인식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대선전에 약속했던 경제정책 기조도 수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당선자는 구조조정과 실업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비춰왔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고용문제는 현실적으로 동시 해결이 불가능하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돈줄」을 쥐고 있는 미국과 IMF의 구조조정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용안정에 치중했던 그의 공약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당선자는 22일 립튼 미국 재무차관과 만나 『경쟁력이 없는 회사가 망한다면 노동자 해고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 미국측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김당선자는 또 우리 정치 경제 환경 등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실감하는 듯하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제외하고 정부조직개편 등 불안심리를 가중할 수 있는 정책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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