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재벌의 사실상 해체」를 요구해 재벌체제에 대한 「대수술」이 예고된 가운데 재계가 5대그룹 중심의 사업구조조정에 본격 나선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5대그룹을 비롯한 재계는 IMF 지원 이후의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중복투자가 심한 산업분야의 경우 경쟁력이 약한 기업을 강한 기업에 인수합병(M&A)하는 재벌간 전략적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전경련은 내년 1월8일 신년 회장단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재벌그룹간 사업구조조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공식 발표할 계획.
▼논의 대상은〓과잉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차산업 부문과 조선 중장비 유화산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선이나 중장비, 자동차의 경우 현대 삼성 대우가, 유화는 현대 삼성 LG 선경이 각각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상태로 국내는 물론, 해외부문에서까지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을 해왔다.
▼누가 논의하나〓과잉투자는 주로 5대 그룹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므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재벌총수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연말 전경련 회장단 송년모임 등을 통해 5대 그룹 총수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그룹은 자동차사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이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면 전경련을 중심으로 기업간의 사업구조조정문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그룹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대책을 기대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
▼논의 잘 될까〓재계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특히 금융위기 속에서 기업이 부실화한 뒤 외국인에게 헐값에 넘겨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것보다는 가급적이면 국내에서 전략적 인수합병을 꾀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그룹들이 자율적 사업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하면 중복투자로 인한 출혈 과당경쟁을 피하고 업종전문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가 무엇을 포기하느냐에 따라 재계판도가 달라지는 만큼 그룹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겠지만 함께 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이 건강관계로 활발한 활동을 못하고 있는 등 현상황에서는 재계의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논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