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책회의]소잃고 외양간 고친 「1시간 난상토론」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4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대책회의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에 따른 정부의 후속조치를 놓고 무거운 분위기속에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회의에는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 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 등 정부측에서 7명, 비상경제대책자문위원장 김만제(金滿堤)포철회장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 6명이 참석, 예정시간(50분)을 넘겨 1시간 5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다. 김대통령은 회의에서 『앞으로 IMF자금지원과 관련한 모든 중요한 조치는 이 회의에서 논의, 발표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모임을 비상대책기구로 끌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입을 모은 것은 경제에 대한 대내외의 불신감 해소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과감한 수술의 필요성이었다. 참석자들은 『IMF자금지원을 계기로 우리 경제의 실상과 전망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며 그동안 경제실상을 호도해온 정부의 자세를 「자아비판」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이 과연 IMF와의 합의각서를 이행할 것인지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불신감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역시 재벌의 방만한 차입경영에 대한 비판에 모아졌다. 한 참석자는 『대기업이 국내여신을 독점하고 해외에서 돈빌려 오기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오늘의 금융위기가 빚어졌다』며 대기업의 차입경영 시정을 위한 특단 대책을 촉구했다. 다른 참석자는 『IMF의 처방이 대기업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인 만큼 엄청난 저항이 예상되지만 정면대결해야 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와 관련, 『업종별 과다경쟁을 과감히 조정하고 정부도 은폐와 호도만 할 것이 아니라 은행과 정부 창구를 통해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회의에서는 『고용 실업 불안으로 근로자와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있으며 여기에 불순세력의 교란이 가세해 「경제식민지」 운운 악선전을 통해 한미간을 이간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돌출적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특별조치가 필요하다』 『임금을 현수준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는 등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의 의견개진도 적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회의 후 『이처럼 중지를 모아 국가위기에 대처하는 진지한 논의를 진작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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