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5년전 公約은 空約…청와대,「깨어진 환상」침통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7분


꼭 5년전인 92년12월초 당시 민자당 대통령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후보는 도하 각신문에 「김영삼의 개혁, 경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란 제목의 선거광고를 냈었다.

김후보는 광고에서 『사회 곳곳에 퍼진 고질적인 「한국병」을 깨끗한 정치와 과감한 개혁으로 치유해 우리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5년후인 3일 오전. 김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 제공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방한한 미셸 캉드쉬 IMF총재를 만나 한국주식회사의 부도를 막기위한 「긴급수혈」을 간곡히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캉드쉬총재는 이날 2일의 국무회의의결을 무산시킨 자신의 막판 추가요구가 「손목비틀기」란 비판을 의식한 듯 『너무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고 김대통령을 위로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침통했다.연초 한보 부도사태때 조짐이 나타났던 경제위기에 대처를 소홀히했다는 것도 이제는 한가한 반성.

청와대내에서는 기아의 부도유예 사태이후 외국투자자들의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외환위기가 눈에 보였는데도 『거시경제지표상 문제가 없다』고 버티던 강경식(姜慶植)경제팀의 경질을 미뤄 실기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경제에 대한 지도자의 「식견부족」때문에 집권이후 경제팀을 여섯번이나 갈며 갈팡질팡했던 경제정책이 결국 경제파탄의 근본원인이란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다문다.

자율 개혁에 실패, 「외부의 힘」에 밀려 개혁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아 한 관계자는 『부끄럽다.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말만 되뇌었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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