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출 『위기』…4대그룹 자금난에 경쟁력 악화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3분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부터 막대한 단기외채를 들여와야 하는 우리 경제에 수출이야말로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 삼성 LG 등 우량그룹까지 기업어음(CP)시장에 내몰고 있는 사상 최악의 자금난으로 수출이 고사(枯死)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외환을 수출분야에 최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은 최근 4대그룹 계열 대기업들이 제시하는 기한부 수출환어음(DA)은 물론 대금 추심기간이 10여일정도에 불과한 일람불 수출환어음(DP)마저 할인을 거부하고 있다. DA와 DP는 해외지사 등을 둔 국내기업들이 수출시 별도의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고 외상수출후 선적서류 등을 토대로 은행에서 대금을 할인받는 방식. 은행이 DA와 DP의 할인을 거부할 경우 수출기업들은 3∼6개월 뒤에 수출대금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자금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해외 현지법인들의 경우 해외은행에서 신용장을 개설하려 해도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면서 DP거래 의존도가 높아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DP 할인이 안될 경우 충격이 크다. 은행들은 수출용 원자재 수입거래의 경우에도 기한부 수입신용장(유전스 LC)이나 일람불 수입신용장 개설을 거부하고 있다. 은행권이 무역금융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조만간 단행될 금융산업 개편을 앞두고 자산실사 등에 대비, 소극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H은행 외환업무부 관계자는 『최근의 수출입 금융제한으로 자금난이 4대 그룹의 수출경쟁력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연말까지 수출입금융에 외환이 우선 배분되지 않는다면 우리경제 전체의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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