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천연가스전이 21세기 동북아시아 자원외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개발,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북아 각국에 공급하는 이른바 「꿈의 파이프라인」 계획을 놓고 한국 중국과 일본은 이미 경쟁적으로 공동개발과 배관건설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직은 계획단계다. 하지만 한 중 일 3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동시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수급과 가격변동 등 불안요인이 많은 석유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정책을 세우고 있어 천연가스 수요의 폭증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94년에 이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량이 전세계 LNG 교역량의 76%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커진지 오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사할린 연안의 4천억㎥를 비롯, 사하(옛 야쿠츠크)지역에 9조6천억∼13조㎥, 이르쿠츠크지역에 6천억∼8천억㎥ 등 시베리아동부와 극동지역에 최대 56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규모.
에너지원이 전무하거나 턱없이 부족한 한 중 일 3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자원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또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대가로 배분권까지 확보하게 될 경우 「자원안보」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이 93년부터, 한국은 95년부터 이미 러시아와 교섭을 벌여왔으며 일본이 올 2월에 뒤늦게 「꿈의 파이프라인」건설에 뛰어든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
「꿈의 파이프라인」계획은 크게 두가지.
첫째는 「이르쿠츠크플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계획이다.
중국은 최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이 지역의 가스전을 공동개발키로 합의, 서명했다.
한국도 가스공사 고합 등 7개사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을 구성, 이 지역의 가스관 배관건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원칙적인 동의까지 받아놓은 상태. 공사거리는 약 3천㎞, 사업비는 2백억달러.
반면 일본은 올초 러―일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 가스개발에 2백억달러를 투자키로 합의했다.
두번째는 「사하플랜」. 사하에서 한국 일본 중국으로 가는 2개의 라인으로 길이는 모두 약 7천7백㎞. 매장량에 있어서는 이르쿠츠크와 비교가 안되는 큰 규모지만 동토(凍土)등 자연조건이 나빠 아직까지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측의 개발의욕이 강해 혜택이 주어질 경우 한국 일본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현재 대우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 이곳에 가장 먼저 손을 대놓은 상태.
이밖에 일본의 「지역에너지플랜」과 중국의 「실크로드플랜」 등도 동북아 천연가스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 지역에너지플랜은 사하지역과 사할린일대의 천연가스를 도쿄(東京)와 기타큐슈 후쿠오카로 끌어온다는 내용. 실크로드플랜은 투르크멘의 가스를 주로 중국으로 끌어오고 일부는 제주도를 거쳐 일본으로 연결된다.
지리적 이점 때문에 꿈의 파이프라인이든 지역에너지플랜이든 모든 계획에서 가스관은 한반도를 지나게 돼 있다.
한반도가 바야흐로 21세기 동북아 에너지 자원이동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