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두 주력회사인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법정관리 신청방침이 결정돼 기아측이 고수하려던 김선홍(金善弘)회장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법원이 재산보전처분을 내리고 보전관리인을 기아그룹에 선임하면 김회장 등 현 경영진은 물러나도록 돼있다.
▼계열 28개사의 운명〓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지난 7월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면서 기아자동차 등 15개사만 대상으로 했던 것은 이들 회사가 금융권에 대한 기아 전체 여신 가운데 97%를 웃돌기 때문.
기아차와 아시아차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고 이들 회사와 함께 화의절차를 추진해 온 9개사도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 기아차와 운명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이미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3개사 중 기아특수강은 제삼자인수 희망자가 꽤 나오고 있으며 기산은 군소 계열 10개사와 함께 계열분리를 해 법정관리 하에서 자체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 경영진 어디까지 물러나나〓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임원 수는 이사대우를 포함, 모두 74명. 채권단은 과거 추가자금 지원 조건으로 김회장을 비롯한 전임원의 사퇴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임원진의 대폭 물갈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융통성 있게 기존 임원들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 재경원 관계자도 『부실경영의 책임이 가장 큰 김회장의 퇴진이 주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회장의 「오른팔」인 박제혁(朴齊赫)기아자동차 사장이나 정문창(丁文昌)아시아자동차 사장은 동반퇴진할 것이라는 게 기아그룹 안팎의 관측. 송병남(宋炳南)그룹경영혁신 기획단장도 김회장과 행보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법정관리인이 될까〓금융계에서는 법정관리 대상 회사별로 법정관리인이 선임되지만 몇 개 회사씩 묶어서 관리인단을 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인단에는 현재 임원 가운데 선발된 인물들과 은행에서 파견되는 관리인들이 들어갈 것이란 추측.
금융계에서는 이종대(李鍾大)기아경제연구소장이나 유영걸(柳永杰)기아자동차판매사장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거론한다. 기존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될 경우라면 전무나 상무급에서 관리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그룹측의 분석.
그러나 기업측에서 선발된 관리인의 행동반경은 좁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와 아시아차의 자금관리는 채권단이 내보내는 자금관리단에서 맡기 때문.
▼아시아차 새 주인은〓아시아차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상용차를 생산중이며 협력업체 기반이 탄탄하다. 팔려고 하는 공장부지는 광주고속버스터미널과 대형쇼핑센터 밀집 지역과 닿아 있어 금싸라기 땅. 지금까지 물밑 인수전에서 가장 앞선 것은 김우중(金宇中)회장 등이 인수의사를 밝힌 대우그룹. 대우자동차측은 아시아차 인수에 부정적이었으나 광주시가 공장부지를 「광주 평동공단 이전」 조건부로 용도변경을 허용할 뜻이어서 적극 인수할 자세다.
아시아차가 입찰방식으로 매각되면 삼성자동차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
▼협력회사들의 장래〓산업은행이 기아자동차의 제1대주주로 등장하게 되고 추가자금이 나가 협력회사들의 자금압박은 한결 누그러질 전망이다.
〈윤희상·박래정·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