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거부(巨富) 빌 게이츠와 손잡고 사업을 한다는 것, 더군다나 빌 게이츠가 개발한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우리 한전의 통신망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대규모로 시도해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벅찬 일입니다』
이종훈(李宗勳·62)한전사장은 요즘 전력사업보다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꿈에 부풀어 있다.
9월 26일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빌 게이츠MS회장 이용태(李龍兌)두루넷회장과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 사업을 함께 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본보 9월 27일자 1면 보도).
한전이 전국에 깔아 놓은 3만2천㎞의 광케이블과 케이블TV망을 이용해 MS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온라인교육 △원격화상회의 △전자쇼핑 등 꿈같은 쌍방향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두루넷은 케이블TV 지역방송국(SO)과 협력해 서비스 운영을 맡게 된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가 얼마전 국제공항 부근에 1천㎢ 규모의 멀티미디어단지(MSC)를 만들어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구상을 밝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합의한 내용은 이보다 규모가 수십배나 큽니다』
이사장은 올해말까지 서울의 서초 영등포지역 케이블TV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 온라인교육 등 쌍방향 멀티미디어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2001년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이번 사업이 성사된 것은 6월 동아일보 주최의 정보담당 최고경영자(CIO)포럼이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회장이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후 마련된 자리에서 이용태회장이 『한전의 케이블TV망과 MS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묶어 사업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고 빌 게이츠회장이 여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
MS는 그 무렵 자체개발한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대규모로 시험할 대상을 찾고 있었다. 빌 게이츠회장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실무진에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그후 이 사업은 「레인보 프로젝트」라고 이름이 붙여져 극비리에 진행됐다.
이사장은 『MS가 한전을 파트너로 잡은 이유는 어떤 회사보다 질좋은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전이 이처럼 첨단 통신망을 갖게 된 것은 한마디로 「후발주자의 이점」. 한전의 발전설비는 지난 15년간 1천만㎾에서 4천만㎾로 4배나 늘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자가(自家) 통신망을 건설했는데 70% 이상이 구리선이 아닌 광통신 설비로 이루어 졌다.
한전은 최근 광통신망과 케이블TV망을 발판으로 정보통신사업에 적극적이다. 신세기통신 온세통신 두루넷 아이네트 등에 지분을 투자했고 제2시내전화사업자로 출범한 하나로통신에도 제2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뉴스전문 케이블TV인 YTN도 인수했다. 그래서 「한전이 한국통신에 맞설 대형 통신업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사장은 이에 대해 『한전의 여유 통신시설을 다른 사업자에게 빌려줘 국민들에게 편리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한전의 매출이나 투자 면에서 통신사업의 비중은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