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싸움속 취업난

  • 입력 1997년 10월 12일 20시 22분


큰 기업들의 올 하반기 신규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15%나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경제의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본보 조사에 따르면 50대 그룹 가운데 기아 진로 대농 해태 등 10개 그룹은 올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아예 뽑지 않을 방침이다. 30대그룹으로 좁혀 보아도 현대 선경 등 7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난해 수준에서 신규채용규모를 동결하거나 줄일 계획이다. 중소기업쪽으로 가면 취업난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지난번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 채용박람회장에는 8만여명의 취업희망자가 길게 꼬리를 이었다. 졸업예정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재수를 피하려고 일부러 휴학하는 풍조마저 있는가 하면 서울학생이 지방기업도 마다않고 몰려가는 추세다. 사관학교의 인기가 다시 상승하고 이민알선기관에 자격과 절차를 문의하는 이민 희망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같은 취업난 고용불안과 무관하지 않다면 이제 고용안정은 경제 사회문제의 차원을 넘는다. 바로 정치권의 과제가 되었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고용안정은 사회안정의 기본요건이자 경제의 궁극목표다. 경제가 이대로 회생력과 고용흡수력을 잃고 취업난이 구조적으로 심해진다면 그것은 곧 우리 사회에 위기를 몰아올 것이 뻔하다. 그것은 곧 정부의 위기이자 정치권의 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은 무기력하고 정치권은 경제야 어떻게 되든 진흙탕 같은 대선싸움에만 몰두해 있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이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경제와 민생의 안정이다.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이대로 심해지고 이민이라도 떠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대선경쟁에서 이긴들 뒷일을 어떻게 감당할지 정치권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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