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초 동남아 각국 화폐가치 폭락을 주도했던 태국 바트화가 8월말 국제통화기금(IMF)의 1백72억달러 지원방침이 발표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가들의 환율은 평가절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태국 바트화는 특히 이달 들어서는 달러당 36.2바트에서 35.6로 환율이 절상됐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9월중에만 달러대 루피아화 환율이 20% 이상 떨어져 급기야 지난달말 IMF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산업기반 자원 시장 등의 여건이 태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제가 탄탄하기로 이름난 싱가포르도 환율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싱가포르달러는 6월말 미 달러당 1.4309에서 9월말 1.5289, 지난 10일 1.5314로 계속 떨어졌다.
IMF의 지원이 효과를 보이자 동남아 각국들은 지난달 일본이 내놓은 1천억달러 규모의 「아시아통안기금」(아시아펀드) 신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까지 「무분별한 지원은 개도국 금융시스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돌아서 현재로서는 성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통화위기를 계기로 이 지역의 금융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IMF의 인도네시아 현지조사팀의 데니스 드 트레이는 『모든 혼란이 무분별한 대출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재벌이 은행을 소유, 무모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허승호·김승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