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바네빅 ABB회장은 누구]「관료주의의 天敵」

  • 입력 1997년 10월 6일 07시 49분


지난해 12월 퍼시 바네빅 ABB회장(56·사진)을 김포공항에서 영접했던 ABB한국법인 관계자들은 바네빅의 소탈함과 철두철미함에 크게 놀랐다. 한국측 기업인들에게 보여줄 두꺼운 회사자료 수십종이 가득 들어있는 무거운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트랩을 내려선 것. 폭우속을 승용차로 내달려 빠듯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바네빅회장은 준비한 자료뭉치중 『어느 것이 가장 한국기업인들의 마음에 들만한 자료냐』고 직원들에게 물은 뒤 몇개를 골라 직접 프리센테이션에 나섰다. 덕택에 한국기업인들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인정받는 기업(파이낸셜 타임스지 선정)인 ABB의 현황을 그룹회장으로부터 직접 듣는 보기 드문 경험을 했다. 관료주의는 바네빅회장의 최대의 적이다. 스웨덴기업 아시아와 스위스의 브라운 보베리가 합병하면서 88년 1월 태어난 ABB는 4년동안 1백26개의 기업을 사들이고 55개를 팔아치웠다. 그 과정에서 바네빅은 본사 직원 2천여명을 2백명 이하로 줄인 것을 비롯, 중간관리층 대부분을 퇴사시켜 관료주의의 천적임을 과시했다. 본사 최고경영진도 20명 안팎이다. 바네빅은 이 때문에 기업 인수후 무자비한 해고를 단행, 미국 GE의 잭 웰치회장과 곧잘 비견된다. 그러나 그의 소탈함과 현장 경영인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온 경영스타일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 절대적인 존경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