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가 남긴것/기업병폐]나도는 「예비부도기업 리스트」

  • 입력 1997년 5월 20일 20시 21분


한보그룹 부도이후 금융가에는 이른바 「부도징후기업 리스트」가 슬그머니 등장, 거명된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순식간에 전 금융권으로 퍼졌다. 리스트에 「찍힌」 기업은 종금사 등 채권금융기관들의 빗발치는 확인전화에 혼이 났고 일부 기업은 실제로 어음연장을 거부당하는 등 여파가 심각했다.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에서도 어떤 기업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확인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리스트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 A종금사 관계자는 『부도방지협약의 구제대상으로 낙점된 대농그룹도 오래전부터 부실징후기업 리스트에 있던 기업』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크고 작은 10여개 그룹이 요주의 체크대상에 올라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리스트를 헛소문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을 참고로 하는 등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작성됐기 때문. 자기자본비율이 낮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엔 대출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최근 분위기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 요즘처럼 불황인 때는 빚이 많으면 일단 위험하다는 시각이다. 부도방지협약 적용 1호인 진로그룹의 경우 작년말 현재 자기자본비율은 2.69%, 부채비율은 3,620%로 30대 그룹 가운데 최악. 협약 적용 2호인 재벌랭킹 34위의 대농그룹은 자기자본이 5백37억원이나 잠식된 상태다. 자기자본비율이니 부채비율이니 따질 수조차 없다. 〈이강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