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동심 멍드는 어린이날의 교통체증

  • 입력 1997년 5월 6일 20시 02분


지난 5일 어린이날은 가족나들이에 딱 좋은 날씨였다. 모처럼의 연휴인데다 따사한 햇볕, 산들거리는 봄바람은 사람들을 집에 가만히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러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간 나들이길은 짜증과 고행의 연속이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행사장이나 놀이동산에 도착한 다음에는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야만 했다. 입장하면 바가지 상혼과 쓰레기 홍수에 또한번 기분이 상했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97 고양 세계꽃박람회」는 그중 가장 심했다. 5일 하루에만 30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부 전시장의 경우 입장을 위해 몇시간씩 뙤약볕 아래서 기다려야 했다. 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식당 장터 등에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불렀다. 너무 많은 입장객이 몰린 데 따른 결과지만 적정 규모를 넘게 관람객을 입장시키고 흥행위주로 행사를 추진한 주최측의 잘못이 크다. ▼박람회장 말고도 대도시 인근의 놀이시설이나 유원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설 주변마다 교통체증은 예외가 없었으며 물건 값을 몇배씩 올려받는 바가지 상혼이 판을 쳤다.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더미들은 행락객들의 시민의식 실종을 낯뜨겁게 보여줬다. 어린이날 동심을 멍들게 하는 이같은 사태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그것도 도시에 집중적으로 몰려 살다 보면 그에 따른 혼잡이나 체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질서나 시민의식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필요한 덕목이다. 비좁은 곳에서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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