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기자] 한보철강대출과 관련, 洪仁吉(홍인길)의원의 대출청탁을 거절한 유일한 현직 은행장으로 알려진 鄭之兌(정지태·58)상업은행장은 압력을 받고 거절한 경위등을 18일 본보에 밝혔다.
―홍의원의 대출압력은 어떻게 받았습니까.
『작년말 홍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내용은 함구)』
―현직 행장중 유일하게 홍의원의 대출청탁을 거절했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청탁을 받고 대출해 주는게 정상입니까, 안해주는게 정상입니까. 정치인들이야 원래 여러곳으로부터 민원을 받고 다른 곳에 청탁을 할 수도 있겠지요. 홍의원도 그런 차원에서 청탁을 했을지 모르지만 홍의원은 금융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금융인은 정치인들로부터 청탁을 받더라도 금융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홍의원에게즉각대출거절의사를 밝혔는지요.
『거절하는 방법은 기술적인 문제지요』
―홍의원의 대출청탁을 은행 안에서 논의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임원 몇명과 논의하는 것은 그야말로 집단공동 무(無)책임제지요. 자신이 없으니까 여러명을 끌어들이는 것은 결국 책임을 지지않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뒤 더 이상 청탁은 없었습니까. 또 대출거절에 따른 불이익은 걱정되지 않았는지요.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 이상 대출거절에 따른 뒷일이 걱정이 되긴 했지요. 그러나 청탁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간에 대출행위는 은행에서 일어나고 일단 대출을 하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닙니까』
―대출거절 뒤 홍의원측으로부터 반응은 없었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뒤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어서 (홍의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없군요』
―홍의원 외에 다른 곳으로부터의 청탁압력은 없었는지요.
『없었습니다』
―은행들이 홍의원의 전화 한통화에 수천억원씩의 대출을 해줄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건 사람에 따라, 또 경영철학이나 소신에 따라 다르지요. 전화 한통화에 대출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직접 대출요청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만난적도 없고 대출요청도 없었습니다』
―왜 지난 94년부터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을 줄였습니까.
『여러가지 정보와 기업분석을 바탕으로 여신을 줄인 것이지요』
그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언론의 주목을 받는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청탁을 일절 배격, 한보철강에 물려들어가지 않음으로써 한때 최대의 부실은행이었던 상업은행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리는 토대를 마련, 올해 주총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