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경제지표…『침체』신음에도 『호황』신호

  • 입력 1996년 11월 5일 20시 24분


「白承勳기자」 「계절은 겨울이지만 온도계는 여름철 기온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경제는 작년 4.4분기(10∼12월)에 경기정점에 도달한 뒤 하강국면으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최근의 경제지표는 침체의 모습을 담고있지 않다. 생산과 재고는 동시에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어음부도율과 실업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경기침체의 주름살이 심해가지만 지표는 꺼꾸로 가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지난 1월 12.4%를 기록한 뒤 6월 3.8%까지 내려갔다가 9월까지 7∼8%대를 계속 기록하고 있다. 재고증가율은 작년 7월이후 11%대에 들어선 뒤 올들어서 계속 증가세를 보여 지난 6월이후 9월까지 18∼2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彭東俊조사2부장은 『경기침체기에 재고가 쌓이게 되면 기업들이 생산을 줄여 재고를 감축하는데 보통 6개월이 안걸렸다』며 『생산 및 재고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게 현 경기하강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어음부도율도 지난 8, 9월 두달째 내리 0.12%를 기록, 작년이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9월 중 실업률도 올들어 가장 낮은 1.8%를 기록, 작년 호황기때의 모습을 보였다. 경기침체기에 들면 취업자가 줄어드는 반면 실업률이 늘어나고 부도율은 높아지는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처럼 경기와 지표가 괴리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철강 등의 장치산업의 부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장치산업은 경기침체기에도 재고조정을 쉽게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되고 따라서 전체 지표상으로도 재고가 높아진다는 것. 결국 이처럼 몇개 업종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불경기에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체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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