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박물관 한글날 100주년展
초-중-종성 모아쓰기 암호화 제격
고문서-교재 등 자료 58건 조명
‘南 1(과) 3(놔) 5(돠) 7(롸)….’
191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본 헌병에게 발각된 암호부(暗號簿)의 일부다. 비밀 결사 규약과 함께 발견된 이 암호부엔 한글 자모를 숫자와 동서남북을 나타내는 방위 부호로 바꾸는 방식이 담겼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꿈꾼 비밀 결사 조직들이 한글을 암호화한 서신을 통해 정보를 은밀히 주고받았다는 걸 보여 준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한글날 100주년을 맞아 한글이 가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다룬 기획전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를 최근 개막했다. 한글의 구조적 원리에서 비롯된 놀이와 암호 체계, 시대와 매체에 따라 변화해 온 말글 놀이의 세계를 고문서와 교재 등 자료 58건으로 조명했다.
1950년대 교구 ‘정문틀’은 한글 자음과 모음이 적힌 돌림판을 돌리며 글자를 배울 수 있다.국립한글박물관 제공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 쓰기에 암호화에도 제격이다. 이연주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 음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자모를 사용해 한글 체계를 모르면 암호를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식당이나 숙소 후기에 “동얭인 챼뱰해는 낫쁜 싴땅 절떄 가지매새얘”처럼 일부러 자모를 바꾼 글이 올라오는 것도 한글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쓰면 외국어로는 자동번역이 되지 않지만 한글 사용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글 사용자는 단어의 형태와 소리를 하나의 감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란 게 이 연구사의 설명이다.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는 원리에서 착안한 놀이 교구도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1950년대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문틀’은 크기가 다른 원형 판 4장을 돌리면서 한글을 배우는 교구다. ‘자음판’ 1개와 ‘모음판’ 1개, ‘받침판’ 2개로 이뤄져 있어 각각을 돌려 맞추면서 관련 낱말은 물론 국경일이나 단위 환산 등 정보도 익힐 수 있다.
1953년 개발된 ‘재미나는 한글 공부 놀이’는 카드 게임을 통해 낱말을 익힐 수 있는 교구.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전시에선 한글 학습과 카드놀이를 최초로 접목한 사례로 여겨지는 ‘자마춤딱지’ 복원본도 공개됐다. 자음·모음 카드를 사용해 낱말과 문장을 만들어 점수를 따는 놀이로, 1938년 국어 학자 정인승(1897∼1986)이 개발했다. 실물은 남아 있지 않으나, 한글박물관이 신문과 잡지 등 여러 기록을 토대로 복원해 처음 선보였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글박물관은 증축 공사로 2028년 하반기까지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 종로구 민속박물관에서 8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