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 콰르텟’은 (이름이) 남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왜 내 이름이 없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41)은 요즘 스스로에게 “죽으면 무엇이 남을까”를 자주 묻는다. 2007년 결성한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리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자신만의 음악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이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BACH(바흐)’를 주제로 솔로 리사이틀 투어를 시작한 것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이 아닐까.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노부스가 나라고 여기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며 “이제는 노부스를 조금 분리하고, 내 이름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했다.
23일 경남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김재영은 다음 달 8, 9일 각각 예술의전당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리사이틀을 이어간다.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2번에선 국내 대표 고음악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과 호흡을 맞추고, 2부에선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와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솔로 리사이틀 테마로 바흐를 잡은 이유는 뭘까. 의외로 바흐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작곡가였다고 한다.
“머릿속에 그린 이상이 너무 높아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어릴 때는 ‘비기너’로서 접근했다면, 지금은 담아내야 할 것이 훨씬 많아졌죠.”
특히 독주곡 ‘샤콘느’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산이자 중심”이라고 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명곡이지만, 연주자에겐 바흐의 가장 깊은 내면과 마주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콩쿠르 시절 이후 10년 넘게 꺼내지 않다가 지난해 다시 악보를 펼쳤다. 김재영은 “공연 전체를 보면 바흐의 화려한 겉모습부터 가장 깊은 ‘우주’까지 여러 색깔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너무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다”는 그는 스스로를 “사서 고생하고 피곤한 타입”이라고 했다.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살짝 달라졌다. 예전엔 주법과 완벽한 연주에 집착했다면, 이젠 ‘청중에게 무엇이 남을까’를 훨씬 오래 고민한다.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해졌어요. 음악의 본질이 결국 ‘표현’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겸손한 발언이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김재영이 이끌어 온 노부스 콰르텟은 2023년 영국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으며, 피아니스트 미셸 달베르토와 함께 한 프랑크 오중주 음반으로 프랑스의 권위있는 디아파종 황금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남길 것들이 더 중요하다”며 “언젠가는 솔로 음반도 내고 싶다”고 했다.
“제 연주의 절정이 50대 중반이면 좋겠어요. 그때쯤엔 ‘김재영’이란 이름을 어디에 내놓아도 알 만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럴러면 계속해서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음악을 들려주려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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