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임산부·장애인·플러스사이즈 등 다양한 체형을 반영한 마네킹 25개를 공개한다. ‘마른 몸’ 중심 패션 전시 기준에 변화를 시도한 사례로 주목된다. ⓒ뉴시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기존의 ‘마른 몸’ 중심 전시 관행을 깨고 다양한 체형을 반영한 마네킹을 선보인다. 패션 전시의 표준처럼 여겨져온 획일적 신체 기준에 변화를 시도한 사례로 읽힌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오는 5월 개막하는 패션 전시 ‘코스튬 아트(Costume Art)’에서 다양한 신체를 반영한 마네킹 25개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패션 전시에 사용된 마네킹은 여성 기준 사이즈 2, 한국 기준으로 44~55에 해당하는 날씬한 체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임산부, 장애인, 고령자, 왜소증, 플러스사이즈 등 실제 사회에서 다양한 신체를 반영한 모델이 포함된다.
이들 마네킹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디자이너 미카엘라 스타크를 비롯해 왜소증 장애인 활동가 시네이드 버크, 의족을 사용하는 운동선수 에이미 멀린스 등 9명의 신체를 3차원(3D) 스캔해 구현됐다.
큐레이터 앤드루 볼턴은 “그동안 예술과 전시에서 특정 신체가 배제돼 왔다”며 “다양한 몸 역시 이야기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볼턴은 왜소증 장애인 활동가 시네이드 버크의 마네킹을 높은 좌대에 배치해 관람객이 그를 올려다보게 했다고 밝혔다.
● ‘보는 몸’에서 ‘비추는 몸’으로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 참여 방식이다. 마네킹에는 거울과 유사한 표면이 적용돼 관람객이 의상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전시된 신체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자신의 몸과 연결해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일부 마네킹은 받침대 위에 올려 시선을 올려다보게 하는 등 다양한 높이로 배치된다.
제작된 마네킹은 전시 종료 후에도 폐기되지 않고 미술관 영구 소장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몸 긍정’ 후퇴 속 나온 역행 실험
이번 시도는 최근 패션 업계 흐름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업계에서는 플러스사이즈 모델 비중이 줄어드는 등 ‘몸 긍정(body positivity)’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자이너 스타크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기용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그런 흐름 속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기존 기준을 부정하기보다, 그 위에 새로운 몸의 형태를 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술관 측도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목소리와 형태를 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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