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21세기 최고의 쿠튀리에(couturier·최고급 맞춤 의상 디자이너)로 불리는 고인은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의 창업자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발렌티노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발렌티노가 자택에서 가족들의 사랑 속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그는 우리 모두에게 빛이자 영감이었고 창의성과 비전의 진정한 원천이었다“고 추모했다.
1932년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부터 예술적 재능과 패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부모의 도움으로 1949년 17살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패션을 공부했다. 이후 유명 부티크 등에서 견습 과정을 거친 고인은 이탈리아로 돌아와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렌티노 브랜드를 오픈했다. 이때 자신의 평생 파트너이자 동반자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를 만나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뉴시스
발렌티노 가라바니. 뉴시스 고인의 맞춤 의상은 유명 인사들도 즐겨 입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이 사망했을 당시 애도 기간에 입을 의상을 발렌티노에게 주문했다. 또 재클린 여사가 재혼할 당시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도 고인이 직접 제작했다. 이외에도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 제니퍼 로페즈 등의 결혼식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그의 드레스를 자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파리에서 활동한 발렌티노는 2006년 프랑스 최고 훈장을 받았고, 2008년 은퇴했다.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컬러는 오렌지빛이 감도는 붉은색이다. 이에 고인은 파리에서 열린 마지막 패션쇼의 파이널 무대에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을 대거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제게 여성은 아름다운 꽃다발과 같다”고 했다. 또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고도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고인은) 논란의 여지 없는 우아함의 거장이자 이탈리아 오트 쿠튀리에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전설을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23일 로마의 한 성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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